▶▶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 기사로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역사의 자부심과 인디언의 혼이 마주보는 곳
- 마운트 러시모어와 크레이지 호스


러시모어 : 위대한 미국 대통령 4인 암각상… 자유와 애국의 열정 키워

크레이지 호스 : 인디언 영웅 기마 조각상… 굴하지 않는 용기와 신념


미국을 방문했다면, 또 미국에 살고 있다면, 반드시 한번은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마운트 러시모어다. 미국의 역사, 원주민과의 관계를 보기에 여기 만큼 좋은 곳은 없다. ‘큰바위 얼굴’이란 이름으로도 유명한 마운트 러시모어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4인의 얼굴이 조각된 거대한 암벽이 있다. 이 곳은 미국의 민주주의와 이상을 상징하고 미국의 가치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을 키우는 성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곳은 오랜 세월 이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블랙 힐스(Black Hills)’라 부르며 신성하게 여겼던 성지이기도 하다. 백인과의 전투에서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전설적인 전사 ‘타슈카 위트코’가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의 암각상이 1948년부터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제작되고 있다. 바로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다.

마운트 러시모어와 크레이지 호스.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4인의 암각상과 위대한 인디언 영웅 암각상이 불과 16마일 거리를 두고 새겨져 있다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러시모어에 새겨진 링컨 대통령은 인디언 한 사람의 목에 수백 달러 포상금을 내걸었고, 조각상을 설계하고 지휘한 조각가 거츤 보글럼은 공교롭게도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단 출신이다. 심지어 크레이지 호스 기념관 아래에 있는 마을 이름 ‘커스터’는 무차별적인 인디언 학살로 악명 높았던 장군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이 자랑하는 장거리 미사일 ‘토마 호크’는 인디언들의 영웅 타슈카 위트코가 죽는 날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손도끼의 이름이다.

미국의 ‘서부 개척사’를 뒤집으면 ‘인디언 멸망사’가 된다는 점에서, 지금의 미국을 있게 만든 ‘프런티어 정신’은 백인 입장에서는 모험과 용기, 인내를 의미하는 진취적인 이념이지만, 인디언의 입장에서는 목숨과 삶의 터전을 앗아간 파괴적이고 탐욕스러운 이념이다. 미국인들의 성지이면서 동시에 인디언의 성지가 되는 특별한 배경을 갖고 있기에 매년 200만 명 이상이 이 곳을 방문하고, 자녀와 함께 여행하는 한인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마운트 러시모어가 전해주는 또하나의 교훈은 ‘약속’에 대한 것이다. 각각 미국의 건국, 성장, 보존, 발전을 상징하는 조지워싱턴(1대), 토마스 제퍼슨(3대), 에이브러햄 링컨(1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26대) 대통령의 얼굴상 옆에는 한 사람을 위한 공간이 더 남겨져 있다. 언젠가 본인의 얼굴이 그곳에 새겨지는 꿈을 미국의 대통령들에게 심어줌으로써 권력의 달콤함에 취하거나 무사안일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크레이지 호스 역시 마찬가지다. 말을 타고 달리는 타슈카 위트코의 암각상은 1948년 착공하여 반세기가 훨씬 지났지만 이제 겨우 얼굴 윤곽이 드러났을 뿐이다. 완성되려면 앞으로도 100년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끝나버린 역사가 아니라 새로운 역사와 발전에 대한 약속이 거기에 담겨 있고, 그 약속은 오늘도 계속 진행중에 있는 것이다. 현장을 방문하면, 책으로 볼 때보다 훨씬 크고 생생한 교훈을 담아올 수 있다.

마운트 러시모어와 크레이지 호스를 방문할 때 콜로라도 덴버의 아름다운 풍광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축복이다. 콜로라도는 북미 대륙의 등뼈 역할을 하는 록키산맥 덕분에 해발 4,300미터(14,000피트)가 넘는 고산들이 무려 53개나 솟아 있다. 미국에서 해발 3,000미터(10,000피트)가 넘는 고봉들 중에 75% 가량이 콜로라도에 위치하고 있으니 그 화려한 풍광은 말이 필요 없다. 덴버 공항에 내려 이동하는 내내 미국의 록키 산맥이 선사하는 대자연을 즐길 수 있다. 덴버는 미국 대륙을 서부와 동부로 나눌 때 기준이 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해발 1,600미터(1마일) 높이에 자리하고 있어 연중 300일 이상 맑고 투명한 날이 계속되며 미국 최고의 자연 관광지중 하나다. 미국 공군사관학교도 이곳에 있으니 부모님과 함께, 자녀와 함께 여행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아주투어는 오래 전부터 덴버 왕복 항공 일정으로 3박 4일간 돌아보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마운트 러시모어(Mount Rushmore National Memorial)>
러시모어는 1776년 7월 4일 독립 선언 이후 미국이 민주주의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는 네 명의 대통령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해 그들의 얼굴을 조각해 놓은 역사적인 성지이다. 러시모어라는 이름은 1885년에 이 지역을 탐험한 뉴욕의 저명한 변호사 찰스 러시모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러시모어에는 조지 워싱턴(1대), 토마스 제퍼슨(3대), 에이브러햄 링컨(1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26대) 전 대통령의 얼굴상이 새겨져 있다. 오늘의 미국이 있기까지 훌륭한 업적을 쌓은 대통령이 많았지만, 이들 네 명만 선정된 것이다. 네 명의 대통령은 각각 미국의 건국, 성장, 보존, 발전을 상징한다고 한다.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워싱턴은 독립전쟁을 이끈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고,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제퍼슨은 루이지애나의 광활한 영토를 프랑스로부터 사들임으로써 영토 확장과 함께 대륙 국가로서의 기틀을 마련한 주인공이다. 그런가 하면 링컨은 남북전쟁을 통해 미합중국의 연방제를 공고히 했으며, 루스벨트는 파나마 운하 등을 건설하여 미국의 세력을 외부로 확장시키면서 미국을 세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서게 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미국의 가장 위대한 100가지’에서 러시모어 산은 인터넷, 헌법, 야구에 이어 4위에 뽑힐 정도로 미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블랙힐스 산지의 한 자락인 러시모어 산 정상에 조각된 대통령 얼굴상은 각각의 크기가 18미터(60피트)에 이른다. 코는 6미터(20피트), 눈은 3미터(10피트)나 된다. 루스벨트 상의 수염 길이는 6미터(20피트)이며, 눈동자 밑은 10명이나 앉을 정도로 크다.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켜 제거한 바위의 중량은 약 2억 톤에 달했다고 한다. 1927년에 첫 발파를 시작해 1941년에 완공하기까지 14년이나 걸린 대공사였다.

이 작업을 총지휘했던 미국 조각가 거츤 보글럼은 “위대한 지도자들의 얼굴을 하늘 가까이 높이 새기자. 그 기록은 바람과 비만이 닳게 할 뿐, 영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이 힘들어 공사가 여러 차례 중단되기도 했으며, 1941년 3월에 보글럼이 죽자 그의 아들 링컨 보글럼이 같은 해 10월에 작업을 마무리했다.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크레이지 호스는 미국 정부의 인디언 보호구역 설정 및 강제이주 정책에 맞서 조상의 신성한 땅을 지켜내고자 했던 위대한 인디언 전사 타슈카 위트코의 별칭이다. 백인들이 이 지역에 들어설 즈음에 그가 태어났고, 용맹한 전사로 활동하면서 ‘크레이지 호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타슈카 위트코 기마 조각상의 높이는 172미터(563피트)이고, 길이는 195미터(641피트)나 된다. 현재까지도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1988년에 얼굴 부분이 완성되었다.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의 이 조각상이 완성된다면 손가락 하나의 크기가 버스와 맞먹고, 높이는 자유의 여인상의 두 배에 달하게 된다. 빌딩으로 치면 22층 높이에 해당된다.

1948년에 착공해서 7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이제 겨우 얼굴만 완성된 것은 조각가 코자크 지올코브스키의 의지 때문이다. 러시모어 대통령 얼굴상 작업에도 참여했던 그는 단돈 174달러를 가지고 무모하게 기마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디언 탄압의 역사를 반성하겠다는 의지에서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연방정부의 제안을 거절한 채 일반 시민들의 기부금과 입장료, 화강암 조각으로 만든 세공품 판매 수익금만으로 경비를 충당했다. 인디언 영웅의 조각상을 미국 정부의 돈으로 만들 수 없다는 그의 신념 때문에, 완성되려면 앞으로도 100년의 시간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982년에 코자크 지올코브스키가 죽자 유업을 이어받은 부인과 자녀, 손자들이 대를 이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